논의의 전제로 전 종부세 폐지를 반대합니다. 종부세가 가진 지역균형발전 제원 마련 효용과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 중심 투기억제 효과가 여전히 가치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에 밝힌 것처럼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등 극히 일부 대도시권역에 이미 형성된 도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투기성 주택수요를 억제할 필요성과 그 외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대다수 지역에 대한 교부세 제원 마련의 필요라는 긍정적 효과를 넘어 실수요 주택까지 투기수요로 단정하여 주택소유 자체를 죄악시 할 수 있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기사와 같이 종부세 폐지를 반대하는 조국 대표님의 걱정과 우려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팩트에 기반한 정책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놓고 “집이 올랐으니 세금 더 내라”라는 약탈적 세리(稅吏)의 행태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조국 대표님께서는 종부세가 국민 중 불과 0.8% 즉, 40만명이 내는 세금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시지가(건물은 기준시가)를 시가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른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을 폐기한 결과일 뿐입니다(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겨우 70% 수준에 밑도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다시 60% 아래로 내리고 이후 동결함으로써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를 공언했습니다).

조국 대표님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불과 70% 밑도는 수준으로 올렸을 뿐인데도 종부세 대상자가 119만 5천명으로 폭증했습니다. 4인 가구를 평균으로 놓는다면 120만 세대주의 종부세 납부는 약 500만 명의 국민에게 종부세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고, 결국 전 국민 10%가 종부세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후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거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공시지가 현실화율까지 높이게 되면 종부세 부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상황이었습니다(국민 다수가 바로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나 또한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결국 민주개혁진영의 선거 패배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종부세 부과의 목적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부세는 대부분이 지방 소외지역에 교부세 제원으로 활용되는바, 그 정당성은 과거 수십여 년간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대도시 중심 인프라 몰아주기의 결과로 발생한 지방 소외와 차별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형성한 인프라 이용 투기 억제와 징치를 위한 세금 부과에 있습니다. 즉, 부득이한 최소한의 실수요 주거공간 소유까지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조세 형평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조세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도시에서의 거주가 필요하여 부득이 실거주주택 1채를 소유하며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세 형평에 반하는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도, 정치적으로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조국 대표님께서 윤석열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폐지에 찬동하시는 게 아니라면(공시지가는 단순 주택에 부과하는 세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각종 조세 및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공시지가가 현실과 괴리된 상태를 용인하는 건 그 자체로 불평등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왜곡한 공시지가에 바탕한 종부세 부담자를 원용하며 종부세 현행 유지를 주장하시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종부세는 나름 정의롭고 지역균형발전 추구라는 정책적 목표에도 부합하는 좋은 정책입니다. 다만, 인간 생존의 필수재라고 할 수 있는 주거에 징벌적 세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실거주 주택에 적절한 예외를 두는 방향으로 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