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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7.14 03:12  (수정 07.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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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5445369

 

어느 산기슭에 산양들과 야생 염소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모여 살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늑대와 여우들이 나타나 양과 염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무리는 공포에 빠졌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큰 피리를 가진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나를 따라오면 너희를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말하였고, 당황하던 양과 염소들은 순순히 사나이를 따라나섰다. 사나이는 울타리가 쳐진 서쪽 기슭 자신의 목장으로 이들을 인도한 후, 이제 더 이상 잡아먹히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사나이는 아주 간단한 룰 몇 가지만 주었다. 사나이가 큰 피리를 불면 시간에 맞추어 풀밭에 나가 풀을 뜯고, 다시 피리를 불면 축사로 들어오는 일상을 지냈다. 염소들과 산양들은 어느덧 야생성을 잃고 가축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야생에서 늑대들에 의기소침했던 야생 염소들은 점점 더 씩씩해졌다. 메애애… 메애애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크고 시끄러워졌다. 이제 안전하다고 생각한 염소들은 더 이상 늑대와 여우들을 두려워하지도, 숨죽일 필요도 없는 소란한 동물들로 점차 변모했다. 

이와 달리 산양들은 더 이상 소리를 내어 무리에 숨어든 여우들을 큰소리로 몰아낼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양들은 좀처럼 울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염소들은 피리 소리에 뒤처지는 양들이 못마땅해졌다. 털이 무거운 양들은 염소보다 느리고 진중했다. 염소들은 무리에서 벗어나는 양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단일대오’의 목장룰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정한 룰이라며, 사나이에게 피리 소리에 따르지 않는 양떼를 우리에 가두라고 요구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염소들의 요구에 따라 말을 듣지 않는 양들을 따로 가두는 벌을 주었다. 느려빠진 양들은 의기소침해졌고, 빠릿하고 에너지 많은 염소들은 점점 기세등등해졌다. 

결국 일은 터졌다

염소들은 느려터진 양떼는 목장의 울타리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양들은 이에 두 부류로 갈렸다

목장에서의 안온한 삶이 좋은 양들은 조금 비굴해져도 편안한 삶이 낫다며 염소처럼 행동하거나 침묵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버티던 다른 양들은 결국 쫓겨나게 되었다. 

승리감에 도취한 염소들은 “염소 목장”이라 이름짓고, 이곳은 ‘염소들의, 염소들에 의한, 염소들을 위한 낙원’임을 선포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염소 목장에 작은 피리를 부는 목동이 나타났다

이 목동은 의기소침해 있던 양들에게 “나를 따라오면 염소떼의 등살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남아있던 일부 양들은 다시 이 사나이의 약속을 믿고 반대편 동쪽 목장으로 따라갔다

다행히 이곳은 염소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요란스럽고 빠릿빠릿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었다. 양들에겐 유유자적하고 소소하게 행복한 이곳이 좋았다. 

하지만 간만에 온 평화는 어느 날 깨지게 되었다. 양들의 무리가 자신만의 목장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따라온 몇 마리의 혈기 넘치는 염소들은 양들 사이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리며 다퉜다. 너희들은 왜 여전히 ‘단일대오’로 생활하지 않는가를 따졌다. 

처음엔 대다수 양들은 염소들을 개의치 않았다. 무리에 섞인 염소 몇 마리쯤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염소들은 양떼보다 고집스러웠다. 이들은 자신들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들과 다투고 종종 소란을 일으켰다. 

참다 화가 난 몇몇 양들이 염소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에 염소들은 다구리를 당했다며 목동에게 항의하였다

젊은 목동은 며칠을 고민한 후 염소들에게 크게 화를 낸 양들에게 목장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소수의 염소떼를 다수의 양떼가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점잖지 못하고 목장의 평화를 깨는 나쁜 짓이라 타일렀다. 몇몇 양들은 항의하며 목장을 떠났고, 대다수 얌전한 양들은 쫓겨가는 양들을 아쉬워하며 언제든 돌아오라고 위로했다. 

승리한 염소들은 기세가 살아 다수의 양들을 거스르는 것에 점점 더 겁을 먹지 않게 되었다

남아있는 점잖은 양들은 염소들의 소리를 짐짓 못 들은 척하고 굳이 성가신 소란을 피한 자신들의 점잖음을 자위하며 떠난 양들을 잊어갔다. 그리고 양들은 점점 더 침묵해 갔다. 목장엔 염소들의 소리가 더 커져 갔다. 

어느 날부터는 염소처럼 행세하는 양들이 생겨났고, 새로운 염소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염소들이 많아지자 목장을 떠나는 양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목장은 염소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염소 목장이 되었다

양들은 여전히 침묵하였다.

 

**

 

최근 이곳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일에 몇자 끄적인다.

어차피 온라인 공간은 자유로운 곳이므로 몇 가지 룰만 지킨다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누구처럼 최근 세태에 드는 ‘개인적인 생각’은,

잇싸지기의 고민,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성, 민주성, 표현의 자유, 그리고 소수 의견의 보호라고 본다.

정말 좋은 가치이고 잘 지켜져야 함에 동의한다. 다만 상당수 이곳에 정주하는 사람들은 딴게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미 소수자’였다.

 

딴게가 망가진 것은, 김어준이라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내는 목소리에 다른 생각을 가지면 ‘비추만으로 의견을 유배’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아도 되면 결국 한 가지 목소리만 남게 된다.

 

‘갈라치기를 경고하며 단일대오를 요구하는’ 김어준, 유시민, 박시영 같은 스피커들은 상당히 촌스럽다.  그들은 경직된 자들이다.

그 지점에서 이들은 쌍팔년도 학생운동의 정치공학적 데마고그임을 커밍아웃한다. 이른바 '학생회 진보관'이다. 진보판 독재이다.

결국 단일대오주의자 김어준이 만든 딴지는, 그 추방제도로 인해 에코채임버 (echo chamber)가 되었다.

 

잇싸가 그래도 딴게와 다른 점은 ‘비추 폭탄’을 맞아도 그 글들이 추방되지 않는 데 있다.

소수 의견이 위축은 되어도, 다수에게 불편하여도 눈앞에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더 소란스럽게 느껴질 터이다.

몇몇 조국 비판하던 사람들은 방향성은 공감하나 화가 나 있었다. 심했다.

그 부분에서 이들을 비판할 수 있어도, 떠나라고 운영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딴게가 범한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그 실수는 다양성과 소수자 보호의 가치를 잘못 적용한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가운데 손가락’이라 손가락을 꺽어버린 격이다.

딴게에 가보라. 조국에 관한 비판은 추방당한다. 그곳은 ‘염소들 소리만 울릴 뿐’이다.

 

기울어진 저쪽 운동장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이곳에 많음을 안다.

이들은 먼저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실향민’, 정붙이고 살 피난처가 필요하다.

 

***

equity.jpeg

(Source: https://medium.com/complexity-liberalism/equality-and-equity-99e04448e8fa)

 

이퀄리티(Equality)와 이쿼티(Equity)가 다르다 한다.

특히 현실을 성찰하지 못한 기계적 공정성은 사회적 정의를 되려 깎기도 한다.

 

진보 성향의 시민들에게 온라인 공간의 리얼리티는 한편으로 기울어져 있다.

딴게나 다뵈나 빅스피커가 내는 소리는 다른 스피커들도 거스르기 힘들다.  이런 형국에 잇싸가 이퀄리티를 적용할 게 아니라 이쿼티로 잇싸의 사태를 이해하면 어떨까 싶다.

그래야 언젠가 진보시민 모두가 담장을 걷어내고 리베레잇되는 것도 꿈꿀 수 있다.

 

이곳이 또다른 염소목장으로 테라포밍되는 것은 피하길 빈다.

여기엔 기울어진 저쪽 산기슭을 피해 미끄러져 이쪽 기슭에 피해 온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 온 꽤 많은 사람들은 디딤발을 도와줄 상자들이 필요하다...여기의 다수는 전체로 보면 소수자였다. 

온라인 상에 ‘매우 큰 피리부는 사나이'의 '가스라이팅’을 피해 떠들 수 있는 곳 한두 곳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잇싸가…과하다고 해서, 앞장서 소리치던 양들을 떠나게 하지 않길 바란다. 딴게 운영의 실수를 여기서도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결국 침묵하는 양들만 남게 되면 이곳도 민주진영의 획일성만 보태는 또다른 '염소농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염소들도 떠들 권리가 있다..그들도 여기 로컬에서는 소수자이니까..

 

어떤 입장을 가지더라도…떠들고 싸울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원래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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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4 03:31
    베스트

    중요한 것은

    몰이질을 했던 것입니다

     

    저도 딴지서 완전 소수자가 되었지만

    별 되도 않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몰이질은 꿈도 못 꾸고...

  • 2024.07.14 06:15
    베스트

    그들에게 적당히가 없을뿐,,,그냥 말꼬리잡고 시비거는,,

  • 2024.07.14 06:17  (수정 07.14 06:26)
    베스트

    곧 염소들의 침묵이 끝이나겠군요

    남아있는 양들의 침묵이 시작될지 

    염소인척 행동할지 두고 보면 알겠죠

    목동이 워낙 양학질을 해놔서...

  • 2024.07.14 10:00  (수정 07.14 10:01)
    베스트

    누구셔요 ?

    초창기 원년멤버시네

    고맙습니다

    정말 품격있는 글 잘읽었어요

    원래 목적대로 이잼 응원하면서 

    계속가면 됩니다

    지치지 않아요

    응원글 정말 감사합니다

    하시는 모든일 잘되시길 덕담드립니다 

  • 2024.07.14 11:58
    베스트

    한편의 소설을 읽은듯한 감동..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