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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6.16 12:21  (수정 06.1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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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당사무실 ‘보이콧’하는 까닭

조국혁신당은 국회 개원 후 최고위원회를 국회 로비(로텐더홀)에서 열고 있다. 국회 사무처의 방 배정에 대한 항의다.

조국혁신당에 배정된 방은 219호와 223호·224호다. 사무실 사이에 거리가 있다. 219호와 223호 사이에 있는 220호·221호는 진보당에 배정됐다. 그런데 220호와 221호는 나란히 붙어 있지 않다. 승강기 6대가 놓여 있는 넓은 복도를 가로질러야 한다. 그러니 219와 223호 사이는 더 멀다.

“희한하게 화장실 앞이기 때문에 항의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잡히던데 그건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첫째로는 공간을 붙여 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간 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다당제 상황에 맞게 국회 운영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청뿐만 아니라 의원회관의 분위기도 아직 어수선하다. 6월 중순이지만 이사와 공사가 한창이다. 국회 개원 직후라 그렇다고 하지만 4년 전 21대 국회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개원 후 2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시스템은 정착되게 마련이다.

왜 이리 늦어졌을까.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이어진 탓이 크다. 21대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8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안에 대한 재의가 있었다. 보통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낙선한 의원들의 의원실 정리가 시작되는데, 21대는 회기를 꽉꽉 채웠다. 자연스레 낙선의원들이 방을 빼는 시기도 늦춰졌다.

개원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이사와 청소로 국회 의원회관은 어수선하다.  6월 11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빈 사무실에서 나온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개원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이사와 청소로 국회 의원회관은 어수선하다. 6월 11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빈 사무실에서 나온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당초 조국혁신당에 배정되었지만 당 업무 공간의 재배치 요구로 비어 있는 국회 본관 223호. 21대 국회 때는 녹색정의당 당대표/원내대표실이었다. /정용인 기자

당초 조국혁신당에 배정되었지만 당 업무 공간의 재배치 요구로 비어 있는 국회 본관 223호. 21대 국회 때는 녹색정의당 당대표/원내대표실이었다. /정용인 기자

 

 

22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은 모두 131명으로 전체의원(300명)의 44%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131개 의원실이 방을 뺀 셈이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다시 배지를 단 재선·3선 의원이 있다. 국민권익위원장을 했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21대에 이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방만 바꾸는 의원도 있다. 얼마나 많은 의원이 방을 옮겼을까.

주간경향은 21대 국회의원 방 배치도와 새로 나온 ‘22대 의원회관 방 배치도’를 놓고 비교해봤다. 21대·22대 연속 당선된 의원 중 의원실을 그대로 쓰는 사람은 95명이다. 21대에 이어 연임하면서도 의원실을 변경한 의원은 54명이다.

“국회 정문 앞에 버스에 확성기 틀고 장기농성 집회하시는 분이 있어요. 희한한 게 그게 저층에서는 잘 안 들리는데 고층에서는 너무 시끄럽게 들리거든요. 업무에 방해돼서 방을 바꿨습니다.” 7층에서 4층으로 이사를 한 3선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 사무처는 의원이 아니라 당별로 방을 배정한다. “6층 601호에서 607호까지는 국민의힘, 608호부터 618호까지는 민주당”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면 각 당 원내대표실 행정실에서 각 의원실에 1, 2, 3순위로 선호하는 방을 적어내라고 알린 다음 그에 맞춰 배정하는 식이다. 의원실이 선호하는 방이 같다면?

“간단합니다. 선수가 깡패죠. 다음이 나이고.” 초선으로 3층에 방이 배정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택권은 선수에 따라 주어진다. 초선 의원 사이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사전에 비어 있는 의원실을 견학하고 1, 2, 3순위를 적어내지만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선수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므로 꼭대기 층이 주로 초선 몫”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초선 의원이 가장 몰려 있는 건 3층이다. 3층 25개 의원실 중 21개에 초선 의원실이 자리 잡았다. 22개 의원실이 있는 꼭대기 층(10층)엔 절반인 11개 의원실이 초선이다.

의원실 방 번호도 속칭 ‘로또 번호’가 있다. 518호, 815호와 같은 상징적인 번호다. 518호는 21대 이용호 의원에 이어 광주 동남갑 지역구인 정진욱 의원이 받았다. 김대중 정부 당시 비서실장으로 평양을 방문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날짜인 615호를 가져갔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썼던 815호는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로 이번에 초선 의원이 된 김용만 의원이 들어갔다.

21대 때 835호를 쓰다 이번엔 610호로 이사온 허영 의원도? 허영 의원은 1992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87년 6월항쟁 기간엔 고등학생이라 엄밀히 말해 당시 거리에서 벌어진 ‘호헌철폐 독재타도’ 운동의 주역은 아니다.

“아…일부러 610이라는 방 번호에 의미를 부여해 들어간 건 아닙니다. 22대를 맞이하여 새로 각오를 다져보자는 뜻에서 이사했습니다. 835호가 특이했던 것이 보통 의원실 바닥이 카페트인데, 마루바닥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 방을 20대 때 역시 강원도 출신인 이철규 의원이 바닥을 깐 거였습니다. 아, 지금 835호에 들어온 백승아 의원은 그 마루바닥을 좋아합니다. 저희의 경우엔 분위기를 바꾸자는 취지였고요.”

허영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610호’는 우연히 걸린 거지 일부러 의도한 선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6월 11일 국회 분수대에서 바라본 국회 의원 회관/정용인 기자

6월 11일 국회 분수대에서 바라본 국회 의원 회관/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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