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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10.0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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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752088

노무현이 대통령이었던 2000년대, 인터넷 상에서의 담론 형성은 소위 논객이라는 자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드루킹이니 권순욱이니 하는 애들의 이력을 말할 때 앞부분에 등장하는 서프라이즈는 그런 소위 논객이라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곳들 중의 하나였다.

 

그 당시의 논객 중에서 여전히 유명한 사람이 있다면, 진중권일것이다.

싸가지 없는 현란한 말빨로 상대를, 이 때는 새누리당이었던가, 논박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논박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당시 그 근거는 대체로 언론보도였다.

그 때도 언론은 맛이 가 있었지만, 소위 조중동 versus 한경오 구도가 있었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근거로 뭔가 논쟁이란 걸 할 수가 있었다.

2000년대의 인터넷 담론은 보통 이런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0년대는 확실히 김어준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도 없던 시절 한겨레TV에서 꼭지를 빌려 방송했던 뉴욕타임즈는, 김어준이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지를 잘 보여준다.

딴지일보시절 김어준은 인터뷰어로 궤도에 올랐다. 오마이뉴스의 오현호와도 겹치는 구석이 있다.

뉴욕타임즈는 전문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형태였다는 점에서 자신의 장기를 활용했고, 인터넷 비디오 매체로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그의 기획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매체의 전환은 사실 이미 딴지 초창기부터 시도되었었다. 황봉알, 김구라, 노숙자의 시사대담을 인터넷방송으로 송출했던 시도가 있었고, 시도로서는 성공이었다. 이이제이조차도 처음에는 시사대담 헌정방송이라는 소개를 넣었으니까.

지금은 뉴욕타임즈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어준이 인기를 얻고 언론의 영역을 침범하면서부터 한겨레는 그를 견제했고, 어느 땐가부터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를 한겨레 사이트에 볼 수 없기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딴지 회사와의 권리분쟁 뭐 이런 거였을 것이지만, 풍문으로 들은 것들이라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김어준은 소위 저 논객의 시대를 나꼼수를 통해서 끝장냈다.

나꼼수에는 ”취재”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진우, 김용민, 정봉주는 각기 자기 바닥의 정보를 수집해 올 수 있었고, 따라서 그렇게 만들어진 컨텐트는 이전 시대의 것들과 격을 달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기존의 언론과 척을 지게 되었다....

 

라고 오래동안 생각해 왔었다.

 

나꼼수 팀에 경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주진우의 정보들이, 사실은 일부 검사들이 흘린 내용이라는 걸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다. 더불어 주진우는 어떠한 취재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진실이었던 것은 음악 방송 DJ가 꿈이었다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검사는 나꼼수를 이용해 결국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보를 쥐고 있는 검찰은 김어준을 이용했던 것일까?

조국 국면에서 김어준의 해괴한 발언, 양정철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는 선량한 피해자일 수 없다.

그의 캐릭터 역시 자기 자신을 선량한 피해자로 행동하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 공모자의 범위는 정확히 어디까지일까?

취재가 없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에는, 촛불시위가 탄핵을 이끌어 냈다고 기록되어야 하겠지만,

사실 다들 알고 있잖아. 조선일보가 박근혜를 팽했기 때문에 촛불이 타오를 수 있었다는 것.

저들의 계획은 따로 있었는데, 반기문으로 동티냈다는 것.

 

그런데 그 때 박근혜의 반대편이 있던 사람들도 사실은 언론을 포함하는 거대한 카르텔의 말에 불과했었다면,

뭘 했던 거지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나?

왜 그걸 그 때는 몰랐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 경선국면에서 이낙연이 개짓거리를 시전할 때, 문득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가 당대표가 되었을 때를.

나는 이낙연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니여니 지랄하면서 만들어지는 이낙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에 그냥 휩쓸렸다.

왜냐하면 사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에 우호적인 여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비판적”이라는 부사를 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비판이고 자시고를 할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무렵에는 이런 의문을 안 가지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쓰레기에게 민주당 당원들은 과반이라는 압도적인 표를 몰아줄 수 있었지?

 

비슷하지만 좀더 규모가 크고, 정교하고 치열했던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이재명에 대한 악마화 작업이다.

조국, 추미애, 윤미향을 압도적인 여론몰이로 차례차례 쓰러뜨렸던 언론은 “언론은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사기충천해 있었다.

한 주도 이재명에 대한 새로운 악마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은 주가 없었던 것 같다. 대장동, 백현동, 보확찢, 김부선......

 

이런 물량 공세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몇 달 전 한 친여성향의 20대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되었다.

조국몰이의 시초였던 대학생 촛불집회에 나갔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정치 이야기는 거의 안하는 사이긴 했는데,

술을 좀 먹다 보니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도 어느 정도 지능은 있기 때문에, 지 말로 이재명에 대한 여러 악마화 공작은 아무 영향이 없었는데,

조동연 사태때, 뭐 이런 사짜를, 하면서 이재명에 대한 판단이 부정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지 말로는.

물량공세는 저질이지만 이것을 노리는 것이다. 저 많은 비난 중에 99가지를 헛짓이라고 비난해도, 코를 꿰는 하나가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여하튼 접하는 정보의 질이 판단의 질을 결정한다. 너무 당연하다, 모르는 시험 문제는 풀 수 없다.

여의도, 용산, 서초동, 그리고 재벌에서 일어나는 일 들 중에, 언론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지는 정보는 얼마나 될까?

사실들이 어떻게 가공되고 어떤 측면은 부풀려지고, 어떤 측면은 가려져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일까.

무서운 일이다.

 

정확한 사실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가는 민주주의적 형식은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세력의 정치적 의지를 추인해주는 장치에 불과하게 된다.

 

2022년, 수사를 통해 모든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검찰이 집권하게 된 것과

1980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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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5 21:07
    베스트

    "나꼼수 팀에 경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주진우의 정보들이, 사실은 일부 검사들이 흘린 내용이라는 걸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다. 더불어 주진우는 어떠한 취재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진실이었던 것은 음악 방송 DJ가 꿈이었다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검사는 나꼼수를 이용해 결국은 대통령이 되었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모두 퍼갑니다!

  • 도르마타 작성자
    2023.05.05 22:07
    베스트
    @배추 7개월만에 답글이 달리니 신기한 일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