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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2.21 23:04  (수정 02.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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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0805867

https://www.youtube.com/watch?v=vXrpFxHfppI

 

새벽 네 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눈을 떴습니다. 어제 오전 7시 30분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9시가 다 되도록 일을 한 터라 몸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충전이 잘 되어 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화기와 애플와치 충전을 잊고 있었더군요. 아마 어제 그냥 쓰러져 죽은 듯 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작년 딱 이맘때엔 우리나라에 있었습니다.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 친구들을 만나 매일장취하며 간을 혹사시키고 있었지요.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일상에 묻혀 있으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가끔 일상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그 시간의 흐름이란 강을, 강변에 서서 바라보는 것과 같달까요. 내게 주어진 시간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실감하는 데 있어서, 여행은 매우 좋은 수단입니다.

요즘은 음악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소비됩니다. 이어폰과 헤드폰이라는 벽을 세우고 시간과 공간에 상관 없이 전화기가 구축해주는 세상 안에서 소비됩니다. 사실은 혼자인듯 하지만 수많은 다수이고, 그 다중은 알고보면 하나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일 때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음악의 소비 형태는 분명히 그 어느때보다도 개인적입니다.

아무튼, 요즘 저는 그런 식으로 오래 된 음악들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수퍼트램프에 좀 빠져 있다가, 요즘은 킹 크림슨을 다시 듣고 있습니다. '에피탑'으로 유명한 그들의 앨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이 1969년에 발매됐다는 사실을 요즘에서야 알았습니다. 그것이 데뷔 앨범이라는 것도 몰랐고. 집단지성이 모여 궁금한 것들을 알려주는 인터넷 세상이 알려주는 많은 것들에 일단은 고마워하게 되더군요.

이 앨범을 몇 번 다시 듣다가 요즘은 그들의 세 번째 앨범인 'Lizard'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무튼 음악의 소비 행태는 당연히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소비하는 곡이 오래 전 고등학교 때 듣던 음악들이라는 건, 이제 저도 반추할 추억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됐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지요.

한국의 친구들을 찾아가 만나는 건, 오래 전 함께 스피커 앞에 앉아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혹은 뭔가 젠체하며 새로 산 음반들을 틀어주며 "들어봐, 들어봐! 이거 죽이지 않냐?"를 외치며 서로에게 자기의 취향을 알려주거나 때로는 그걸 같이 좋아주길 강요하며 만들어냈던, 그 추억들을 다시 꺼내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같이 있는 술자리에서 헤드폰과 이어폰들을 벗어던지고 맨 귀로 만나는 오래 전 그 세상의 추억들.

아무튼 킹 크림슨은 그렇게 1968년에 결성되어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활동중' 이군요. 그리고 리더라 할 수 있는 로버트 프립은 1946년생이며 당연히 아직도 활동중이고... 멤버 교체가 빈번했던 킹 크림슨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고 아내와 함께 유튜브도 찍어 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보통 프로그레시브 그룹들의 약물 남용은 유명한데 이 분은 약을 그렇게 혐오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건지. 이 그룹의 곡들은 약빨고 들으면 딱 좋다는 평을 그렇게 많이 듣건만. 하하.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모두가 저 킹 크림슨의 대표곡인 'Epitaph' 의 가사처럼 살다가 죽게 되고, 무덤엔 그 가사처럼 "Confusion will be my epitaph (혼돈은 내 묘비명이 되리라)" 이라고 남겨야 하는지. 지금 이 혼돈의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잘 죽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아, 아무튼 이런 헛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걸 보니, 저는 지금 여행을 무척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계속되는 일은 저를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지치게 하는군요. 저는 지금 1970년에 발매된 킹 크림슨의 앨범 '리저드' 에 수록된 'Lady of the Dancing Water' 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밥 챙겨 먹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오늘은 설마 어제처럼 오후 9시까지 일하진 않겠지, 설마...

 

https://www.youtube.com/watch?v=Z3RtZ2uXkd8&list=RDZ3RtZ2uXkd8&start_radio=1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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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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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브본 일인... 껄껄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2.21 23:06
    베스트
    @쌍카 아... 그러셨군요. 저는 라이브로 본 밴드가 러쉬...
  • 2024.02.21 23:07
    베스트
    @쌍카 대박!
  • 2024.02.21 23:07
    베스트

    늘 건강 행복하세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2.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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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집 네 감사합니다 ^^ 너와집님도 건강행복하셔요
  • 2024.02.21 23:08
    베스트

    20여년전 학생때 CA 오클랜드에서 봤지요 :)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2.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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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카 어휴 생각해보니 저는 그 공연이 30년 전에 캐나다 올라가서 본 거였어요. 시간 참 빠르네요.
  • 2024.02.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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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네마리 형님들 활동시기도 이미 몇십년전이라... 껄껄 공연진행도 음악 이외엔 상당히 드라이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분들은 정말 음악인이니까요.
  • 2024.02.22 14:13
    베스트

    라이브 2번 가본 1인^^

  • 2024.02.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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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
    제 최애 그룹 ㅠㅠ

    넘나 좋아했었죠. 

     

    라이브 보신 분들도 계시고 부럽습니다. 🥹🥹🥹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2.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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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라보리 그때 그 멤버들은 아니어도... 이분들 아직도 현역...
  • 2024.02.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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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 저도 요즘 이 노래에 꽂혀있어요 

    죽을때가 됐나 혼자 속으로 생각함요 ㅎㅎ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2.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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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이야 에이, 그런 건 아니죠. 몇백년 전에 발표된 바로크 곡도 열심히 듣는데요 ^^
오버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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