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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5.17 19:38  (수정 05.1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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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4017611
많이 먹지도 골고루 입에 대지도 않던 철부지시절
유난히 김밥을 좋아했습니다.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만 먹을 수 있었기에
늘 소풍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한 시간 남짓 자갈길을 걸어서 올라가는
동네 뒷산에의 소풍길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작은 베낭에 담긴 김밥의 무게에 대한 설레임 덕분이었겠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친한 친구들끼리 한 데 모여
나무도시락을 펼쳐놓습니다.
 
친구들의 얼굴만큼이나 제각각으로 생긴 김밥들이죠
소세지와 계란등이 말려진 김밥
시금치와 단무지만 보이는 김밥
주먹밥으로 만들어온 김밥...
 
친구 엄마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솜씨를 골고루 맛볼 수 있었기에
때론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개미들이 떼로 덤벼도
불편하거나 무섭지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작은 김밥집이 있습니다.
 
" 웅이네 김밥"
 
웅이의 엄니이거나 할머니로 짐작되는 분이 혼자 운영하셨죠
 
김밥 두 줄을 부탁드리면
주방의 밥통에서 밥을 담아 조리대로 몇 걸음 옮기시는 모습에서
세월의 그림자가 아른거렸어요
 
특별한 재료의 쓰임새가  없기에
흔히 먹을 수 있는 김밥이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해 정성껏 말아주시는 뒷모습을 지켜보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왔습니다.
 
가끔 김밥이 생각날때면 들르던 곳이
20여일 전부터 문을 안 여시네요
날이 좋아 유람을 가신건지
사정이 생기셔서 문을 닫으신건지...
 
웅이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한번도 여쭤보진 않았습니다.
말아주신 김밥을 먹을때는 나 또한 웅이였으니...
 
혹시나 하고 발길을 돌려본 오늘도 문을 여시지 않았네요.
나의 웅이 노릇은 이제 끝낼때가 된건가요.
 
하는 수 없이 다른 곳의 김밥 한 줄을 들고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섰습니다
 

20240517_193237.jpg

다른 곳의 김밥 역시 체인점과는 다른 맛이지만
자꾸만 아쉬움이 느껴져 
가슴 한켠의 양념통을 꺼내어요.
 
유난히 내 김밥을 좋아하던 녀석
자기 엄마 김밥이 세상 제일이라던 아이
양은 도시락에 김밥대신 보리밥과 김치를 담아와서
얼굴이 붉어진채  친구의 김밥을  조심스레 먹던 친구...
 
김밥 하나를 집어들때마다 그 녀석들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러봅니다
 
양념통의 단만과 짠맛이 목메임으로 전해지지만
한 줄을 다 먹을때까지 양념들을 뿌릴테에요....
 
일주일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
5.18 추념일이 있는 주말이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모두가 무탈하시기를...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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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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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따뜻해지는 김밥이네요.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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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집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복한 금요일 밤과 주말 보내세요.

  • 2024.05.17 19:55
    베스트
    @피리부는소년

    감사합니다 

  • 2024.05.17 20:13
    베스트

    안 썰고 통김밥으로 한번 먹어보고 싶은 비쥬일이네예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7 20:20
    베스트
    @티™(ꈍ。ꈍ✿)

    김밥의 밥과 재료가 푸짐한 편이라서

    입이 아주 커야 가능할거 같은데요 ;;

    전 한 조각씩 먹어도 입안이 꽉 차거든요

    맛있는 저녁 드세요.

  • 2024.05.17 20:21
    베스트
    @피리부는소년

    든든히 챙겨 먹는 불금 되입시다 ^^

  • 2024.05.17 20:27
    베스트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7 20:31
    베스트
    @붉은달

    반갑습니다.

    낮에 비해 밤이되니 전혀 다른 기온이네요.

    편안한 금요일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 2024.05.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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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 자주 싸는데 드리고 싶어지네여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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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아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러오네요.

    아무 걱정없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2024.05.18 00:46
    베스트

    오늘은 눈물이 마를새가 없네요 내어릴적 초등2학년 소풍때 간장과 참기름에 밥비벼 김에 말아 소풍 따라오신 우리엄마 농사일에 가난한 살림에 제게 너무 미안해 하셨지만 사이다랑 먹던 그김밥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너무 맛있었거든요 

    보고싶은 우리 엄마 꼭 다시 만나요 

    피리부는소년님의 웅이도 무탈 했으면 좋겠네요서원해봅니다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8 02:32
    베스트
    @필그림

    소풍날에는 그 유리병에 담긴 사이다 한 병을

    나 혼자 다 마실 수 있는 특권도 누렸었죠.

     

    맛있는 김밥과 음료수를 어디서나 아무때고 먹고 마실 수 있지만

    그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네요.

     

    그리운 사람이 많아진 것도 행복이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필그림님 가족과 주변의 모든 분들이

    늘 행복하셨음 좋겠습니다.

  • 2024.05.18 02:45
    베스트
    @피리부는소년

    모든게 부족했던 그때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피리부는 소년님도 건강 잘 챙기셔요

  • 2024.05.18 01:22
    베스트

    너무 따뜻한 수필입니더🥺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8 02:34
    베스트
    @석양

    반갑습니다 석양님.

    오늘도 내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바랍니다.

  • 2024.05.18 01:38
    베스트

    왜 눈물이 날까요.. ㅠㅠ

    아이 책임져요 아침부터 울잖아요.  😭😭😭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18 02:39
    베스트
    @눈바람사탕

    계신 곳은 아직 시원 하겠지요.

    이 곳의 낮은 제법 땀이 날만큼 여름이 다가옵니다.

    한 여름이 되어야 그리운 것들이 그늘에 숨으려는지...

    오늘도 행복하세요. 

     

  • 2024.05.18 02:57
    베스트
    @피리부는소년

    이곳은 겨울과 봄 어디 중간쯤이예요

    한국은 벌써 덥군요.

    오늘도 행복한하루 될께요 

    소년님도 평안한새벽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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