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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안슐루스 및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침략에 대해 얘기해본 바 있습니다. (https://itssa.co.kr/culture/82121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좌우 가리지 않고 안슐루스 및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침략과 비유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13060851085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1314#home / https://m.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20222204100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배경 중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기원이 같습니다. 키이우 루스(882-1240)가 있을 때는 다 같이 고대 동슬라브어를 쓰고 동일한 정교회를 믿었습니다.

 

키이우 루스.png

우크라이나 국장.png

 

키이우 루스의 국장(상단). 이 국장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국장(하단)과도 비슷합니다.

 

 

다만 키이우 루스가 몽골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하면서 세 나라의 역사는 갈라지게 됩니다.

 

1) 러시아: 북부 지역에서 몽골 제국의 간접 지배를 받은 지역. 이후 모스크바 대공국을 중심으로 자립합니다.
2) 우크라이나: 몽골 제국의 직접 지배를 받은 지역. 이후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세력권에 듭니다.
3) 벨라루스: 몽골 제국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고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

 

몽골제국.jpg

몽골제국은 키이우 루스를 공성전 끝에 멸망시킵니다.

 

 

이후 러시아가 모스크바 대공국으로서 힘을 키우면서 점차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도 지배하게 되고, 러시아 제국과 소련 시절까지 한 나라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있는데, 이것은 러시아어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어에서 보통 나라 이름 앞에는 전치사 в (로마자 B가 아니고 키릴 문자 в입니다)를 쓰고, 지역의 명칭 앞에는 전치사 на/с (역시 로마자 Ha/c가 아니고 키릴 문자 на/с입니다)를 사용합니다.

 

나라 이름 앞에 на/с를 쓰는 경우는 쿠바, 키프로스, 필리핀 등 일부 섬나라를 제외하고는 우크라이나가 유일합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독립국이 아니라 러시아에 속하는 지역이었고, 우크라이나라는 국명도 '변방에 있는 땅'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제국이 멸망한 뒤 수립된 소련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로 묶여 있었습니다. 각각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러시아 SFSR)과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우크라이나 SSR)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토지가 넓고 비옥하여 자영농의 영향력이 강했는데 이오시프 스탈린의 농업 집단화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련 정부가 곡물 생산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던 부농(Кулак(Kulak))을 때려 잡자 농업 생산량이 폭망하게 됩니다.

 

또한 생산량 폭망의 책임을 또 부농에게 전가하고, 이들이 보유한 곡물 모두를 - 식용과 종자용을 포함하여 - 무자비하게 수탈하여 대기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홀로도모르(Голодомор (Golodomor) - 키릴 문자로 표기는 같은데 우크라이나에서는 '홀로도모르', 러시아에서는 '골로도모르'라고 합니다.)라고 하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약 300만 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홀로도모르 당시 우크라이나 SSR의 중심지는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였는데 참고로 여기는 우크라이나 동부입니다. 홀로도모르를 검색해보면 하르키우 길거리에서 굶어죽은 사람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영국이 아일랜드를 수탈하여 발생한 아일랜드 기근과 일맥상통합니다.

 

홀로도모르.jpg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홀로도모르 추모비 앞 소녀의 동상. 우크라이나에서는 매년 11월 넷째 토요일에 장관들이 곡물을 뿌리면서 굶주림으로 죽어간 넋들을 기린다고 합니다. 

 

 

한편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니키타 흐루쇼프는 1954년에 크름 반도를 러시아 SFSR로부터 떼어 우크라이나 SSR로 관할을 넘깁니다.

 

그 당시에야 말이 구성국이지 행정구역이나 다름없어서 우리로 치면 강원도 관할이었던 울진군을 경상북도 관할로 넘기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었습니다만 소련이 붕괴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독립된 나라가 되었는데, 흑해 함대와 우크라이나 주둔 소련군 병력을 두고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 체결로 핵무기를 포기하되 크름 반도 등의 영토 주권을 보장받고, 1997년에 최종적으로 러시아와 크름 반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크름 반도를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인정하되 러시아군의 크름 반도 주둔을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png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에 서명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레오니드 크라우추크 대통령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를 따라 흐르는 드니프로 강을 중심으로 동서로 구분되는데,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후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 인구 조사(2001)에 따르면 서부에는 러시아계 비율이 매우 낮고, 동부로 갈수록 높아지지만 크름 반도를 제외하고는 50%를 넘지 않습니다.

 

의외로 크름 반도를 제외하고는 러시아계 비율이 절대 다수가 아닌 것입니다. 민족만 생각하더라도 서부와 동부가 다르니 갈라서는 게 낫다...는 생각은 틀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민족 정체성과 언어 정체성은 다른 것이 우크라이나인이라 하더라도 러시아어를 제1언어로 쓰는 비율은 꽤 높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어를 쓴다고 해서 다 친러 성향인 것은 아닙니다.

 

당장 현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제1언어도 러시아어로, 우크라이나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나 러시아어 단어를 섞거나 러시아식 억양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 때문에 친러 아니냐는 억까를 당하기도 했으나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침략에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런승만과는 다르다 런승만과는

 

우크라이나_러시아인.png

 

우크라이나_러시아어.png

우크라이나 최초 및 현재까지는 마지막 컨센서스 결과 (2001): 지역별 러시아인 비율 (상단)와 러시아어를 제1언어로 하는 인구의 비율 (하단)

 

 

분량 조절에 실패하여 다음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유로마이단 혁명 등 친 서방 계열로 돌아선 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까지 빌드업되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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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23:17
    베스트

    진보이신 분들 중에 너무 미국을 싫어한 나머지 이번 전쟁을 마치 미국이 뒤에서 사주하고 젤렌스키는 그것에 놀아난 것마냥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솔직히 그건 너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빵을 때리고 전쟁범죄를 일으킨 푸틴의 잘못이 가장 크지 않나요? 단순히 동서분단이 목표였다면 수도 키이우를 쳐들어가지도 않았겠죠.

  • 에스프리 작성자
    2022.10.06 23:21
    베스트
    @클램차우다 맞습니다. 푸틴이 스스로 밝혔다시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나라로 인정하지도 않고 집나간 탕아 정도로 생각합니다. 한때 저도 젤렌스키를 비웃었으나 한 나라의 국가 수반으로서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반성하였습니다.
  • 2022.10.07 00:00
    베스트
    @에스프리 저 역시 처음엔 젤렌스키를 엄청 무시했었는데, 전쟁 이후 보여준 행보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처럼 초장에 도망갔었다면 이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땅이 되었을듯.. 정말 위기상황에서 지도자의 위치가 너무 중요한것 같기도 싶고.. 전형적인 전시 수상이었던 처칠이 영국의 존경을 받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 에스프리 작성자
    2022.10.06 23:24
    베스트
    @클램차우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들도 있는데 전쟁 일으키는 나라가 제일 문제입니다.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교란시켜 크름반도처럼 꿀꺽하는게 나았겠지만 푸틴이 장렬하게 병크를 터트렸습니다.
  • 2022.10.06 23:33
    베스트

    구한말 일본이 침략한게 당연히 제일 나쁜짓이긴 하지만.. 개항 안하고 부패하고 병신같았던 조선조정에도 쌍욕이 나옵니다. 

    같은 맥락으로 방송국 시절 피디 기용하고 '전쟁안난다 호들갑 떨지마라' 헛소리나 해대며 대비도 제대로 안 한 젤렌스키도 저는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네요 

  • 에스프리 작성자
    2022.10.06 23:39
    베스트
    @세인트루시아

    1. 우크라이나 정치권의 안타까운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부패하지만 (대체로 러시아와 커넥션 있음) 그 분야를 잘 아는가 vs. 청렴하지만 무지한가 중 후자를 택했다 봅니다.

     

    2. 초반에는 밀렸지만 그래도 버텼기에 역공하고 있지요.

  • 2022.10.06 23:40
    베스트
    @에스프리 그르킨하죠. 대선당시 타 후보 보니 아주 쟁쟁하드만.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는 차악 수준이지 최선 또는 차선의 인물상은 아닌지라..
  • 2022.10.12 17:45
    베스트

    이것부터 정독 해야지

  • 에스프리 작성자
    2022.10.12 17:47
    베스트
    @로그아웃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