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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09.18 23:07
159
9
https://itssa.co.kr/472589

젊은 베르테르가 짊어진 슬픔과 고독의 본질


젊은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성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수신인(빌헬름)이 필요했기에 서신의 형식(물론 괴테가 그럴 필요성을 느꼈겠지만)을 취했습니다. 그의 편지는 항상 '나'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존귀한 '자아나 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베르테르의 편지가 수신자인 '너'를 항상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베르테르의 일인칭 서술 편지는 나로부터 출발합니다. 고독과 슬픔을 항상 누군가에게 대화나 고백을 통해(로테나 알베르트에게도) 나누고 싶은 베르테르의 이중적인 감정의 표현이 아닐까요. 우린 누구나 홀로 이 세상에 던져진 고독과 슬픔을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 고독과 슬픔의 본질은 각자마다 다를지언정, 죽는 것은 혼자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자신이 느끼는 고독이나 권태, 슬픔 같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할 때, 어떤 사람을 선택하거나, 아님 자기 자신이 됐든, 베르테르 역시 빌헬름을 수신자로 선택합니다. 빌헬름은 그런 베르테르가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베르테르가 짊어진 슬픔과 고독은 로테와의 사랑을 성취할 수 없는(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로테에게서 사랑을 얻지 못했지만, 그의 고독과 슬픔의 본질은 오로지 자신이 선택한 자살에 의해서만 이해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데서 오는 좌절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고독과 이름모를 슬픔과 우수에 대한 짙은 감성을 지닌 사람일수록 자기를 이해해 줄 진정한 한 사람의 마음을 갈망하는 법입니다. 그럼 순수한 인식에 바쳐진 의식(인식)적 삶은 진정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오로지 생을 배반하고 자학하며 회의하게 만들 뿐, 그 절멸적 의지에서만 그것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상식적으론 납득이 가질 않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베르테르의 열정이, 왜 그런 자의적인 파멸(생의 절멸)을 선택해서라도 자신의 자살을 말하는 것일까요? 

 

제가 위와 같은 회의(냉소)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항상 자기 자신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강한 자기 최면(정열), 아님 타자에게 평가받고 싶은 지배(인정) 욕구에 의해, 강한 자의식이 구축한 어떤 초월적 세계(그것이 자살이 됐든, 뭐든 간에 생을 마침으로서, 모든 욕망이 사멸하는 죽음을 통해)에다 자신을 내맡겨서라도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자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WPLoaFKDVPw


행복한 동경 _ 괴테 


나 살아있는 그 존재를 찬양하리, 
불꽃같은 죽음을 동경하는 그런 존재를. 

사랑의 밤들의 서늘함 속에서, 
당신의 증인이었고, 이제 당신 자신이 증인이 된 그 속에서, 
촛불이 고요히 타오를 때, 
낯선 느낌이 당신을 사로잡네. 

이제 더 이상 당신은 
어둠 속 그늘에 싸여 있지 않네, 
새로운 욕망이 당신을 사로잡네, 
더 높은 곳에서의 사랑이라는 욕망이. 

그곳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당신은 두렵지 않네, 
당신은 황홀경에 빠져 훨훨 날아오르네, 
그리고 빛을 열망하는 당신, 
이제 당신은 드디어 나비로 불타오르네. 

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네, 
그렇다 : 죽으면 그리 되리라! 
이 어두운 지상에서는 
당신은 단지 우울한 손님일뿐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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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8 23:13
    베스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지튀르 작성자
    2022.09.18 23:20
    베스트

    https://youtu.be/QtzenZyDPug

  • 2022.09.19 00:47
    베스트
    @이지튀르

    Un poète ça vit très très longtemps

    좋은 글은 오래 살아남기 마련이지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