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신혜원 기자] 내년 법무부·검찰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이 줄어든만큼 이에 상응하는 법무·검찰 예산안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70억원 넘게 삭감했고, 검찰 특정업무경비 역시 큰 폭으로 줄여잡은 것으로 중간집계 됐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소위 심의안에 따르면 내년 법무부·검찰 예산안 가운데 감액 항목은 모두 20여개로 이들 예산안에서 감액된 규모는 모두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아직 예산안 심의 절차가 남아있는만큼 여야 간 논의 과정에서 변화 가능성도 열려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 삭감이다. 법무부는 기관운영 기본 경비 등으로 모두 70억여원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야당 의원들은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 등 사법부 수장 등에 대한 인사검증을 담당하는지가 불분명하고,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해 법무부측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예산안 삭감 이유로 제시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이전 정부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하면서 생긴 부서로, 윤석열 정부 들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판사 등 사법부 인사들에 대한 기초 인사자료를 검찰을 외청으로 둔 법무부가 맡는 것은 ‘3권 분립’ 원칙에 어긋나고 법무부에 과도한 권한 집중이 생긴다며 반발한 바 있다. 중간 심의안 대로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전액삭감될 경우 정상적인 기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할 개연성이 있다.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크게 감액된 것은 검찰청 운영 인건비 항목으로 모두 803억원이 감액됐다. 법무부는 내년 검찰청 운영 인건비로 8039억원을 예산안에 반영, 국회에 제출했으나 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은 ‘인건비 10%’를 일률 감액했다. 야당은 올해 초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이 줄어든만큼 수사예산 삭감이 필요하다며 예산에 칼을 댔다

예산 심의에 ‘제재성 감액’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검찰 특정업무경비’ 항목 가운데 형사부 등 수사지원 예산안은 최고 337억원이 삭감됐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검찰의 특정업무경비가 어디에 쓰였는지를 공개치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제재성격의 감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대검찰청의 특정업무경비를 공개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프로그램 편성)’의 삭감 이유로도 ‘제재 성격의 감액이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내년 예산안에 ‘검찰활동 프로그램에 편성된 특수활동비’는 당초 80억원 가량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50억원이 삭감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편성 근거와 집행 내역이 국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상세내용이 없다”면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장관 홍보비용으로 쓰일 개연성이 있는 법무부 홍보예산 8억여원을 줄였고, ‘마약과의 전쟁’에 소요될 예산 11억여원도 삭감했다. 가상자산 분석장비 구매비 역시 ‘경찰 장비보다 비싸다’고 지적되며 4억여원이 삭감됐고, 수사자료 운반에 필요한 검찰청 내 전동카트 도입 사업예산도 8억여원이 줄었다. 야당은 ‘사법절차가 전자화되고 있다’며 카트도입 예산을 깎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069104?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