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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날짜를 보니 오늘이 5.18이더군요. 벌써 광주민주화항쟁 44주년. 광주 정신이란 것을 제대로 이해할까 의심스러운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이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지더군요. 역시 그는 광주 정신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오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을 하더군요. 자유민주주주의라.

생각해보면 제 삶에서의 광주는 처음엔 충격으로, 그 다음엔 눈물로, 사회에 대한 생각을 굳히는 발판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1986년 학력고사를 치고 나서 그 겨울에 구세군 서대문 영문 지하에 있는 청년회 공간으로 저를 이끈 선배들이 보여준 것이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찍은 광주 영상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고 불리우는 광주 관련 자료집이었습니다.

그 죽어 있는 이들의 얼굴, 총탄에 얼굴 반이 날아가고 부서져 맞출 수도 없었던 얼굴, 목에 칼이 찔리고 눈을 채 감지 못하고 죽은 여학생, 총탄에 얼굴 한 쪽이 함몰되어 버린 얼굴... 그 얼굴들은 처음엔 경악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점점 그것은 저에게 분노가 되었고, 해마다 저로 하여금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얼굴들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5.18은 국가 기념일로 제정됐습니다.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이들의 숭고한 정신들이 기려지고, 그들이 묻힌 망월동 묘역은 민주화의 성지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아직도 5.18의 '진상'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라는 1절 가사에 이어지는 2절 가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갔지" 여기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극우단체들은 아직도 광주가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라는 등, 광주항쟁에 대한 모독을 계속해 일삼고 있습니다.

항쟁 44주년이 되도록 이 항쟁을 모독하는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법도 없고, 광주를 헌법 정신에 넣겠다는 약속은 있지만 공허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계속해 이 땅의 기득권자들로부터 망각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망각에의 강요는 오늘날에도 세월호로, 이태원 참사로 계속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과 기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 저들은 겉으로는 우리에게 광주를 기억하겠노라고, 세월호와 이태원참사에서 숨져간 원혼들을 달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영정 없는 추모공간을 만들어 우리에게 그 얼굴들을 망각하도록 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광주항쟁과 부마항쟁을 헌법 내용에 수록하는 개헌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망각을 강요하는 자들이 역사에서 퇴출됐으면 합니다. 윤석열이 그 자리에 계속해서 앉아 있는 것이, 그가 광주항쟁 기념식에 나와 뻔뻔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는 이 상황들이, 그때 숨져간 영령들과 지금도 한을 풀지 못한 모든 이들에겐 고통이고 부끄러움이기 때문입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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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9 05:59  (수정 05.19 06:12)
    베스트

    동감입니다.

     

    과거사는 기왕지사이니 적당히 하고 덮자는 빗나간 인식이

     

    참사와 미해결 종결을 패턴처럼 반복되게 만들고 있죠.

     

    적어도 5월 광주의 영령들이 쓰레기들의 입놀림에 능욕당하지 않는

     

    강력한 처벌법이 진작 만들어졌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86도 이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굥 따위가 감히 5월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꼴을 보니

     

    한결같은 악을 기왕지사로 내버려둔 후과를 이런 식으로 겪는구나 싶네요.

오버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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