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로키의 메이저리그 행선지가 어디냐에 대해서는 MLB에서도 빅뉴스였다. 사사키 영입을 위해서 많은 컨텐딩 팀들이 사사키를 찾아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진출팀이었던 뉴욕 양키스는 사사키의 탑3 리스트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조기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결국 LA 다저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종 후보 3팀에 올랐고, 거기에서 파드레스가 먼저 떨어져나가면서 다저스와 블루제이스의 2파전이 되었다.
블루제이스는 사사키를 영입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야수 마일스 스트로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하면서 국제 유망주 보너스풀을 가져왔다. 가뜩이나 다저스보다 100만달러를 더 쓸 수 있었던 블루제이스가 스트로를 트레이드시키면서 더 많은 국제 유망주 보너스풀을 챙긴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뉴스가 나왔으니, 바로 블루제이스의 이런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사사키, 다저스행 결정"소식이었다.
사사키는 자기의 인스타그램에서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하면서 다저스행을 공식화했다. 그렇다. 사사키는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은 것이다. 매년 드래프트 혹은 기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야구 유망주들이 계약하듯이 말이다. 사사키는 공식적으로 2025년 다저스 유망주가 되었고, 스카우팅 평가점수에서 65점을 받은 만큼 기존 팀내 1위였던 댈튼 러싱(55점)을 여유롭게 제치고 다저스의 유망주 랭킹 1위가 될 것이다. 이로써 다저스는 현재 다저스 공홈 기준으로 2016년 훌리오 우리아스 이후 종합평가점수 65점을 받은 투수 유망주를 다저스 팜 내에 두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다저스-파드레스-블루제이스 중에서 파드레스가 떨어져나갔다는 데에서 이미 사사키의 행선지는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파드레스는 그나마 다저스와 경쟁하고 있는 팀인데다가 절친한 선배인 다르빗슈 유가 있고, 파드레스라면 메이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는 무조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유력한 행선지가 될 것으로 보였는데도 선택을 받지 못했는데 파드레스보다도 사사키와 연결점이 없는 블루제이스가 돈 하나로 사사키를 가져갈리가 만무했다.
다저스팬 입장에서 이번 스토브리그는 배가 부르는걸 넘어서 터지는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정말이지 뭐라도 입 뻥끗 하면 "배부른 소리"취급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궁금한 게 있다.
"왜 사사키 로키는 메이저 선발 로스터 경쟁이 가장 빡세고 힘들 다저스를 선택한 것일까?"
국제 유망주 계약금으로 로또맞기 위해서 메이저무대에 뛰어든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본인은 메이저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고, NPB에서는 이미 자기의 퍼포먼스가 탑급임을 보여줬기 때문에 증명할 게 없다. 그렇기에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나이에 메이저 무대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오타니처럼, 다르빗슈처럼 성공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기 위해 선택한 데가 하필이면 선발로스터가 말도 안되게 구성된 다저스라는 것이다.
다저스는 이미 다른 팀이라면 무조건 1선발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세 명, 작년 포스트시즌 대활약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꿰찬 선수 한 명으로 네 명의 확고한 선발진이 구축되어있는 데다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클레이튼 커쇼가 계약만 된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사사키는 원하든 원치 않든 6선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그 상대도 비록 한 시즌만 탁월했지만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한 토니 곤솔린과 다저스가 애지중지 키우면서 트레이드를 하지 않은 붉은 머리의 더스틴 메이다. 이들은 연봉조정을 통해서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받는 반면 사사키는 메이저 서비스타임 3년간 무조건 최저연봉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사키는 왜 다저스를 선택한 것일까? 내 개인적인 추측은 이렇다.
1. 결국 다저스의 선발로테이션은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다른게 아니라 다저스의 선발진들 면면을 보면 오타니(토미존), 야마모토(삼두근), 스넬(내전근), 글래스노(팔꿈치), 곤솔린(토미존), 메이(토미존), 커쇼(발가락)에다가 마이너 유망주들조차 스톤(토미존), 쉬핸(토미존), 라이언(토미존), 프라소(토미존)이고 그나마 건강한 밀러는 못해서 메이저 로스터 진입이 힘든 시점이다.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의 부상관리를 위해서 6인 로테이션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부상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는 없다. 그래서 다저스는 트리플A, 심지어는 더블A에까지 메이저에서 뛸 수 있는 선발뎁스를 채우는데 혈안이 된 것이다. 어떻게든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선발투수 공백 없이 치르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가운데 누구 하나 부상으로 나가리되면? 그 자리는 사사키의 것이 된다.
2.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인연이 없으면 달성할 수 없는 업적 중에서 단연 최고봉은 "월드시리즈 우승 타이틀"이다. 그런데 다저스는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는 현재 가장 강력한 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기에 타자에는 MVP 오타니에 투수에는 가능성을 입증한 야마모토가 있기 때문에 사사키의 메이저 적응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사사키의 메이저 적응이 빨라질수록 사사키의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수집 여정도 탄탄대로라는 소리. 본인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3. 사사키가 아무래도 당장은 1선발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 같다. 타팀에 영입된다면 분명 개막전 1선발까지 노려볼 수 있겠지만 다저스에 온 이상 이미 엄청난 계약을 맺고 있는 오타니(10년), 야마모토(12년), 스넬(5년), 글래스노(5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포스트시즌에서는 5선발도 필요가 없으니 사사키는 위의 네 명의 투수들이 부상당해서 이탈하지 않는 한 무조건 불펜행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전 마에다 켄타가 그랬듯이 말이다. 혹은 미치 화이트처럼 메이저와 마이너를 수도 없이 오가야 한다(물론 화이트를 수없이 마이너로 내려보낸 다저스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한 시즌 마이너 옵션 행사를 다섯 번까지만 하는 것으로 제한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사사키는 다저스를 골랐다.
아무튼, 이번 오프시즌 주요 뉴스 중 하나였던 사사키 로키 사가의 초입부가 끝났다. 이제 이 사가의 끝맺음이 어디로 향할지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사사키가 다저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 2
댓글쓰기사사키 아무래도 메저 가면 고장날거 같은데......
일본에서 그렇게 관리 해줘도 부상 달고 살던 애가.....시차 넘어 다니면서 경기 할수 있을랑가.....
그래도 싼맛에 질러볼만 하긴 하니....
맞습니다! 수틀리면 그냥 계약금 버렸다 생각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