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이 링크에서 보면 될 것 같고. https://blog.naver.com/iskyblue943/223669190802
우선, 내가 제우스 이적사가에 있어서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처음부터 "에이전트의 말도 안되는 협상과정과 태도"였다. 이번 LCK의 스토브리그는 당장 11월 30일부터 있을 케스파컵 때문에 1군 로스터를 되도록 일찍 꾸려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케스파컵이 국가대표를 뽑는 실력을 검증하는 무대로서는 말도 안되게 빈약하고(8강까지 전부 단판제다.) LCK의 스토브리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케스파가 일방적으로 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그렇게나 휘둘릴 요소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제우스의 에이전트 "더플레이"는 FA시장이 문열리고 나서 24시간도 안되어서 제우스의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이게 내가 볼 때에는 말도 안되게 빠르다는 것이다.
이번 LCK에 올라온 탑 매물들은 소위 "탑 삼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우스, 기인, 도란이 전부 나온 상황인데 FA 전 원소속구단과의 협상내용 루머들을 보면 기인은 미드라이너 쵸비가 젠지에 잔류하는 조건에 기인의 재계약을 걸었기 때문에 젠지가 "돈 없다" 선언하지 않는 한 기인과 젠지는 한 세트가 되어 팀에 남는게 정배였다. 그렇다면 제우스와 도란이 갈 수 있는 LCK팀은 원소속구단인 T1과 한화, 그리고 신인을 콜업한다고 하는 디플러스기아인데 연봉을 얼마나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디플러스기아는 당연히 빠져야 하는 상황이고 그리 급하지도 않은 모양새기 때문에 결국 LCK 잔류를 위해서는 재계약 혹은 스왑 이적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더플레이가 한화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LCK 내에 두 팀만 남아있다 하더라도 당장 협상의 우선권은 제우스와 더플레이에게 있었다. 왜냐하면 한화와 T1 둘 다 우선순위는 제우스였기 때문이다. 만일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구도가 잡히면 선수와 에이전트는 양 팀의 조건을 듣고, 혹은 역제안을 하면서 선수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는게 굉장히 상식적인 무브먼트다. 그래서 큰 매물이 행선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굉장히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탑라이너 최고매물이었던 제우스가 T1과 협상을 끝낸 시각은 19일 오후 3시, FA시장이 개장한 지 6시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심지어 조 마시에 의하면 오후 1시 50분에 제우스의 한화 이적을 에이전트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한다. FA 시작 4시간 50분만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여지나? 에이전트는 선수의 몸값의 일정부분을 수수료수입으로 먹는다. 그렇기에 에이전트가 가장 적극적으로 해야 할 움직임은 바로 "지속적인 제안과 역제안으로 선수의 몸값을 최대한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5시간도 안되는 시간동안 가능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내 개인적으로는 "템퍼링(타 구단이 특정 선수의 원소속구단 계약이 종료되기 이전에 이미 연봉 등을 논의하여 FA 개장 이전에 일을 끝내는 불법행위)"까지 의심이 될 정도다. FA시장은 모든 팀에게 공평하게 계약제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아무리 제우스를 잡을 팀이 국내에서는 T1과 한화밖에 없었다지만 당장 작년에도 중국 LPL팀으로부터 오퍼가 들어왔던 마당에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FA기간에 시간을 들여서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게 에이전트의 책무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끝냈다? 나는 일차적으로 에이전트 더플레이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제우스의 계약을 주도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이게 제우스 본인의 바램을 100% 반영한 움직임이었다면?"
왜냐하면 아무리 에이전트가 능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결국 의뢰인인 선수가 갑이고 에이전트가 을일 수밖에 없다. 선수가 원하는 바에 따라 에이전트가 선수와 논의하면서 계약내용을 결정해야 하는데 과연 제우스가 더플레이의 계약협상과정에서 말 한 마디 안하고 에이전트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나는 이렇게 보지 않는다. 이전 글 쓸때까지는 몰랐는데 이미 작년 재계약 당시에도 제우스는 FA시장에 나왔던 경험이 있다. 즉, 이번 FA시장이 제우스 입장에서는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제우스가 FA과정에 대해서 모르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 나는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FA를 경험한 선수가 에이전트에게 전권을 맡기고 자기는 뭔 결과가 나오든 그냥 멀찍이 있겠다고? 말이 안된다. 즉 이번 한화 이적에는 분명 제우스의 의도가 분명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관건은 과연 그 의도가 100% 반영이 되었는지, 아니면 에이전트가 자기 맘대로 제우스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을 진행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만일 에이전트가 의뢰인의 요청을 100% 반영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건 에이전트의 능력과 책임의식이 없다는 것이 된다. 즉 이 에이전트는 앞으로 LCK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10개 구단이 이 상황을 지켜봤을텐데 이 에이전트와 진지하게 계약논의를 할 팀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에이전트의 행보가 100% 의뢰인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 이적사가로 인해 받는 모든 비판은 제우스가 받아야 한다는게 내 입장이다. 만일 템퍼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건 에이전트보다 제우스가 훨씬 책임을 크게 져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어린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 큰 일을 경험했으면 두 번째 일을 할 때에는 노련해지기 마련이다. 제우스는 본인이 최고의 탑라이너로서 엄청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월즈 2회 우승, 월즈 MVP 1회 수상, LCK 1회 우승의 타이틀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프라이드가 과연 "100% 본인의 실력으로 쌓아올린 것"일까?
당장 T1의 대다수의 팬들은 페이커가 없는 "제오구케 1승 7패"의 현실을 지켜봤다. 즉 아무리 제오구케가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페이커가 빠진 이들은 힘을 못쓴다는걸 팬들이 목격했고, 또한 선수들은 게임으로 체감했다. 왜 오너와 구마유시, 케리아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전부 재계약을 했을까? 분명 FA시장에 나온다면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팀이 나올 수도 있음에도 말이다. 바로 본인들의 커리어의 완성에 있어서 "페이커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컸음을 인정하고, 페이커가 있는 동안에 선수로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고 싶다는 욕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심지어 구마유시는 스스로 단년계약을 제시해서 다시 한 번 FA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성적을 내겠다고 선언했으니 T1 입장에서는 얼마나 반가웠을까.
하지만 제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즉 지난 T1에서의 3년간 실패한 부분은 자기가 못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월즈 파이널 MVP라는 타이틀과 월즈 2연패는 제우스에게 "내가 정말 최고의 탑라이너일 수도 있겠는데?" 하는 어깨뽕을 넣어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너무나 쉽게 페이커 없을 때 1승 7패를 한 기억을 망각하고 타팀에서도 나는 잘 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화 이적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화의 정글은 오너가 아니고, 한화의 미드는 페이커가 아니며, 한화의 서포터는 케리아가 아니다. 그리고 제우스 본인도 기인과 도란에 비해 분명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것이다. 바로 "탱커 챔피언이 안된다"는 것이다.
제우스가 항상 고점을 찍을 때에는 "아트록스, 제이스, 베인, 그웬" 등의 소위 "칼챔"을 쥐어줬을 때 나왔다. 이번 월즈에서 라인스왑을 대비해 열심히 그라가스 숙련도를 올린건 칭찬하나 그건 라인스왑 한정일 뿐이다. 기인에게는 "기산테" 별명을 붙여준 크산테라는 탱커 챔피언이 있고, 도란에게는 "도라가스" 별명을 붙여준 그라가스라는 탱커 챔피언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잭스를 굉장히 잘 사용한다. 하지만 제우스는 이 둘에 비해서 탱커 챔피언도 잘 못하고 잭스도 둘 보다는 맛이 떨어진다. 그런 제우스에게 칼챔을 쥐어줄 수 있게 해준 건 바로 팀원들이 딜러 대신 탱커를 해주겠다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나 오너가 세주아니, 뽀삐, 렐 등의 탱커를 해주면서 제우스가 과감하게 칼챔을 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과연 피넛이 해줄 수 있을까? 물론 피넛도 정글 마오카이는 기똥차게 하는 선수이지만 피넛이 하는 역할이 오너처럼 정글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팀 내 사령관 역할을 맡아야 할 정도로 막중하기 때문에 과연 오너처럼 탑에 신경써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물론 서포터 딜라이트의 존재는 제우스에게 힘이 되긴 한다. "원딜의 신"이라 불릴만큼 라인전과 한타에 자신 있는 바이퍼가 있으니 서포터가 더욱 자유로운 동선으로 미드와 탑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영향력을 탑에 끼쳐줄 수 있다면 제우스는 분명 편해질 것이지만 과연 그게 T1과 만나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전 라인에 영향력을 뿌려주는 서포터로서 현재까지 최강은 케리아니까 말이다. 딜라이트는 안되는 파이크를 케리아는 꺼낼 수 있다. 그리고 이 파이크로 젠지 상대 10연패를 끊어냈다. 만일 딜라이트가 케리아에게 묶인다면, 또한 정글에게 묶여버린다면 과연 제우스는 기인과 도란을 상대로 과연 칼챔을 들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즉, 제우스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칼챔보다는 탱챔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제우스가 얼마나 잘해줄 수 있을까? 당장 도란과의 매치업에서 도란에게 솔로킬을 무수하게 따인 게 제우스고, 그런 도란에게 LCK 우승 타이틀을 세 번이나 헌납한 것도 제우스 본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한화 이적 결정이 제우스의 100% 의견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더플레이가 제우스를 이래저래 설득했고, 한화와 주고받은 내용을 토대로 계약을 속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월즈같은 무대에서 저점을 띄우는 도란이 싫었을 것이고, 그래서 도란 대신 제우스에게 최고액 배팅을 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결국 원하는 매물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과연 그 매물이 한화에게 어울리는 매물인지는 이제 2025년 시즌을 보면서 평가해봐야 하겠다. 그것과는 별개로 더플레이는 정상적인 에이전트 회사로 보기 힘들다는게 내 의견이다.
댓글 2
댓글쓰기에이전트 입장문 올라왔는데..
개인적 생각으론 ㅌㅍㄹ의심이 강하게 드네요.
저도요. 적어도 하나정도는 증거자료를 꺼낼 줄 알았는데 결국 안꺼냈고, 한화생명도 나서서 증명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