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정점인 메이저리그에는 각종 기록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소위 "불멸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현역 선수들이 앞으로 죽어라 야구를 해도, 전성기 구간이 길다 하더라도 시스템의 이유로 절대 깨지 못하는 기록이다.
예를 들면, 사이 영이 1911년에 달성한 통산 최다 승(511승)과 최다 선발등판횟수(815번), 최다 완투횟수(749번), 최다 이닝(7,356이닝)이 그렇다. 고대 괴수들이 살던 시대에는 투수들이 별 일이 없으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는게 너무나 당연했던 시대였다. 옛날 투수들은 공을 설렁설렁 던져서 완투를 밥먹듯이 했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세우려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전제 하에 설렁설렁 던져야 했다. 과연 설렁설렁 던지는게 되었을까?
게다가 옛날 투수라고 탈삼진에 목을 안매진 않는다. 결국 가장 확실하게 아웃카운트를 잡는게 탈삼진이니 당시에 탈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성적이 굉장히 좋게 나올 수 있었다. 그 예시가 바로 "월터 존슨"이다. 당시 강력한 탈삼진능력(9이닝당 5.3개. 참고로 사이 영은 3.4개였다.)을 바탕으로 7년 연속 1점대 ERA 시즌을 만드는 등 통산 ERA가 2.17이었다. 가장 백미는 통산 완봉횟수(110번)로 사이 영조차 통산 완봉횟수가 76번에 그칠 정도로 압도적인 투수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타자들이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점점 기술이 상향화되면서 안타를 잘 치는 타자들이 등장했고, 1920년~1937년까지는 200안타를 친 선수가 두 자릿수를 넘길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밥 깁슨이 무쌍을 찍은 1968년(22승, ERA 1.12, ERA+ 258) 이후 마운드 높이를 조정하고 나서도 타자들이 수혜를 받았더랬다.
마운드 높이 조정 전에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3,000안타 달성 선수 숫자는 총 12명이다. 그 후 루 브록을 시작으로 약 55년동안 21명의 3,000안타 달성 선수가 나왔으니 확실히 시스템이 3,000안타 선수를 만들어냈다는게 일리는 있어보인다. 하지만 투수들도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타자를 잡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연마했고, 그 결과, 1960~1980년대 데뷔 선수 중 3,000안타 달성 선수가 15명에 달했던 것이 1990년대 데뷔 선수들부터는 6명으로 확 줄게 되었다. 갈수록 3,000안타 달성 선수들이 나오지 않게 됨에 따라서 그보다 훨씬 높은 4,000안타의 벽은 손에 닿지 않는 하늘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자, 타자들이 투수들의 밥이 되지 않기 위해 기술을 향상시켰고, 반대로 투수들도 타자들의 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 기술을 향상시켰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할 수록 누적스탯으로 메이저리그 1위를 찍는건 점점 힘들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투수는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점점 더 확대되어가고 있다. 우선 오래 뛰어야 누적을 쌓을 수 있는 것인데 요즘 투수들, 3,000이닝을 달성한 투수들을 보는 것도 희귀해가고 있는 와중에 선발투수가 승리를 가져가는 빈도수도 완투가 줄어듦에 따라서 같이 줄어들게 되었고, 투수가 짧은 이닝에 많은 탈삼진을 잡는 쪽으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이를 위해 겁나 빠른 구속과 강력한 브레이킹이 되는 변화구를 던져야 하니 10년 이상 20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를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10년이 지나기 전에 팔꿈치나 어깨수술을 안받으면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정도다. 그런데 그나마(?) 현대투수들이 노려볼 수 있는 탈삼진도 놀란 라이언이 5,386이닝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닝소화와 함께 5,714개 탈삼진을 적립했기 때문에 3,000이닝이 최대 목표인 선수들이 9이닝당 18개의 삼진을 매년마다 잡아내지 않는 한 탈삼진기록도 불가능, 마리아노 리베라의 652세이브 기록도 세이브투수로 롱런을 해야 할텐데 불펜투수라고 팔꿈치가 안나가는게 아니고, 애초에 선발로 가는게 안되서 불펜으로 간 것이라 한두번 삐끗하면 세이브를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타자는 숨이 쉬어지는 상황이다. 당장 62홈런을 때려낸 저지도 나오고 있고, 200안타를 치는 타자들이 안나오는게 아니다. 단축시즌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2명 이상의 200안타 달성 선수가 나오고 있고, 타자는 잘만 하면 150경기 이상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수로 누적안타 혹은 누적홈런을 채우면 된다. 그럼 약쟁이를 제외하고 행크 아론의 755홈런, 베이브 루스의 714홈런을 뛰어넘던가 혹은 피트 로즈의 4,256안타를 넘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도 "시스템"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투수들이 제공하고 있다.
첫번째, 투수들의 구속이 굉장히 증가함에 따라서 안타 하나를 치기 위한 타자들의 근력 등의 신체스펙요구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변화구야 패스트볼이 짱짱하면 변화구도 제대로 대응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넘기고, 요즘은 선발투수들도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게 가능한 시대다. 물론 아직 일부의 영역이겠지만 이런 투수의 100마일 공을 치기 위해서 타자들은 이전 90마일대의 강속구를 칠 때보다 방망이에서 걸리는 엄청난 무게감을 견딜 팔힘과 어깨힘이 필요하겠고, 이와 동시에 허리힘과 다리힘도 같이 동반되어야 좋은 타구의 안타를 만들 수 있다. 유리구슬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같은 크기의 쇠구슬이 날아온다고 생각해보자.
두번째는 안타깝게도 투수들의 강속구 우선주의로 발생하게 되는 수많은 "몸맞는공"의 등장과 이로 인한 부상의 증가다. 이게 그냥 상상이 아니라, 1992년에 10개 이상 몸맞는공을 당한 타자들의 숫자가 10명이 된 이래로 단축시즌을 제외하고 꾸준히 피해자(?)들이 두자릿수를 넘기고 있는데 투수들의 평균구속이 증가하면서 점점 몸맞는공을 많이 맞는 타자들도 늘어났다. 이게 미쳤다고 보는게 2021년에 44명의 10개 이상 몸맞는공을 당한 타자들이 나온 이래로 2022년 44명, 2023년 50명, 2024년 45명으로 하이스코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몸맞는공이 많아지는데 심지어 그 공이 100마일이다, 위에서 비유한대로 유리구슬에 맞을 때는 버텼던 몸이 쇠구슬에 맞으니 부상을 당하고 타석을 빠지는 것이다. 안부러지던 뼈가 부러지는 상황에서 꾸준하게 경기에 등장해서 꾸준하게 많은 안타를 치는 선수가 등장하기가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지도 무너졌고, 알투베도 무너졌다.
그렇기 때문에 로즈가 기록한 4,256개의 안타는 몸이 강철로 이루어지고 체력이 굉장한 타격레벨 만렙의 타자가 아닌 이상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야구의 특성상 민첩성을 요구하니 몸에 보호장구를 덕지덕지 끼기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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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댓글쓰기또 다른 10년이 지나면 야구가 새롭게 변할 수도 있겠죠..
과연 철갑을 두르고 야구할 날이 올런지.
다저스 응원드립니다
대부분 그해 1픽으로 되더라도 루키부터 트리플까지 짧으면 2년 보통 4년정도 후에 데뷔를하게되어서 누적기록을 만드는 시점이 늦어짐,,,미쳤다는 트라웃도 2년차부터 풀타임,,,하지만 8년 9년차부터 비실비실,,,,그나마 가능성이 있는건 남미의 미친애들,,,푸홀스도 17살에 넘어와서 18살부터 뛰었지만 10년지나고부터는 비실비실 일반선수가 되어서,,,,릅처럼 강철몸에 실력까지 20년간 유지해야 가능함,,,,지금의 오타니같은 아이가 20살에 나와서 20년간하면,,,
이치로가 처음부터 미국에서 시작했다면 4000안타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봄,,,미일 통산 4000안타 넘는 타자니,,
그렇죠. 하지만 이치로가 미국 근방도 아닌 아시아인으로 마이너의 험난한 벽을 뚫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야구 외에도 언어 등 적응해야 할게 많았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박찬호는 어떻게 계약해에 메이저에 데뷔가 가능했을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잘하는놈은 어디가도 잘하더라고요,,,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석글 감사합니다. 야구가 기록의 경기이다보니 많은 기록이 있고 또 그런 기록을 누가 언제 깰 것인가도 큰 관심거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깨기 힘든, 거의 불가능한 기록들을 보면 정말 경이롭습니다.